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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포트

한비자와 법가 사상 레포트

by 9급일벌 2021. 1. 17.

한비자와 법가 사상

한비자는 전국 시대 말기 한나라 출신으로, 당시 한나라는 주변 강대국들의 공격을 받아 영토의 태반을 상실한 상태였다. 한비자는 순자에게 유가(儒家) 사상을 배웠으나, 망해 가는 나라를 강하게 만들고 싶은 마음으로 인해 도덕과 예법보다는 엄격한 법규를 중시하는 법가(法家) 사상가가 되었다. 한비자는 한나라에서는 등용되지 못하였으나, 그의 뛰어남을 알아본 진나라로 옮겨 가 법가 사상을 통해 진나라가 천하 통일을 이루는 데 많은 역할을 했다.


  한비자의 법가 사상에 대해 자세히 이해하려면 인간 본성에 대한 그의 관점을 살펴보아야 한다. 인간의 본성은 인간 내면을 주로 탐구했던 유가 사상가들을 비롯하여 여러 사상가에 의해 끊임없이 논의되었는데, 한비자의 스승인 순자는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욕망을 좇는 존재이며 특별한 조치가 없다면 자라서 사회적 존재가 되어서도 악한 본성을 유지한다고 보았다. 순자의 이런 관점은 성인(聖人)의 가르침과 같은 인위적이고 후천적인 교육을 통해 인간의 악한 성질을 바꾸어 선한 행위로 이끌려는 것, 즉 화성 기위(化性起僞)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한비자 또한 “사람은 많은데 재화는 적다. 부지런히 일해도 소득은 적다. 따라서 사람들은 서로 싸운다.”라고 하며 모든 인간을 선천적으로 자신의 
이익만을 찾으려고 하는 악한 존재로 여겼다는 점에서, 인간의 본성에 대한 순자의 관점과 일부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의 본성은 배운다 한들 달라지지 않으므로, 본성이 악한 인간을 다스리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법질서와 그것에 의한 제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함으로써, 순자의 사상과 차이점도 가지고 있었다.


  한비자는 이러한 인간관에 기초하여 정치 이론과 사상을 세웠다. 그는 군주를 위해 순수하게 충성을 하고 선의를 가지는 신하와 백성은 극히 적다고 보았고, 이런 대중을  다스리며 나라를 강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유가 사상이 강조하던 인간의 도덕과 선의에 기대하기보다는 군주가 강력한 법을 신하와 백성에게 공개하고 철저하게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비자는 “군주가 법을 통해 백성들이 스스로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하지 않게 만든다면 그 나라는 잘 다스려질 수 있다. 군주는 주변에만 알 수 있는 덕을 보여 주기보다는 다수가 알 수 있는 법을 일삼아야 한다.”라고 하였다. 이때 법은 두 가지 역할을 하는데, 첫째는 상으로 이익을 주는 것이고, 둘째는 벌로 두려움을 주는 것이다. 한비자는 그중에서 벌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보았고, 가벼운 죄를 지은 사람에게 특히 벌을 엄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 이유는 사람들이 중한 죄보다 가벼운 죄를 범하기 쉬우며 가벼운 죄에 무거운 벌을 내리면 더 무거운 죄를 짓기 전에 나쁜 행동을 빨리 고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라를 강하게 만드는 것에 몰두했던 한비자는 이처럼 도덕과 선의에 기대는 기존 사상가들의 생각을 비롯하여 당시 사회의 여러 모습을 비판하였는데, 이를 바탕으로 나라를 망하게 만드는 자들을 다섯 무리로 나누었다. 첫 번째는 무조건 옛것을  본받으려는 자이다. 과거와 현재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음에도 선인(先人)의 가르침만을 따르려는 자들이 있는데, 한비자는 이들을 어리석은 자라 여겼다. 두 번째는 현실에 맞지 않는 주장을 하는 유학자이다. 한비자는 유학자들이 주장하는 많은 것이 현실에 맞지 않고 오류가 있다고 지적하고, 그것이 나라를 점점 망하게 만든다고 보았다. 유학자들은 충, 효와 같은 유교적 덕목을 강조하며 덕과 예법을 통해 나라를 다스릴 수 있다고 했지만, 한비자는 유교적 덕목을 중시하고 임금이 덕을 가진다고 해서 나라가 잘 다스려지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세 번째는 절개와 의리라는 명분을 가지고 국법을 어겨 국가 질서를 어지럽히는 검객이고, 네 번째는 군주의 옆에서 사사로이 권력을 휘두르며 뇌물을 거둬들이는 자이며, 다섯 번째는 투기와 온갖 술수로 농민의 재산을  빼앗아 자신의 배를 불리는 상공인이다. 한비자는 이런 다섯 무리를 나라를 좀먹고 망하게 만드는 장본인이라 여겼으며, 이들을 제거하지 않으면 나라가 망한다고 보았다.


  한비자로 대표되는 법가 사상은 진나라가 중앙 집권 체제를 세우고 천하 통일을 이룰 수 있었던 사상적 원동력이었다. 이후 중국을 통일한 다른 나라들 역시 진나라의 중앙 집권 체제와 법률 체제를 그대로 계승하였다. 또한 법가 사상은 법리학(法理學)의 성립과 발전에도 크게 기여하였다. 법률의 본질, 작용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을 정립하였으며 사회 경제, 국가 정치, 윤리 도덕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법률이 해야 할 역할을 나름대로 제시하였다. 그리고 법률과 인성 간의 관계 등에 대한 탐구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남겼다. 그러나 법률의 역할과 작용을 지나치게 확대하였고, 형벌의 수위를 대폭 강화하여 가벼운 죄에도 중한 벌이 내려지는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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