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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포트

영화 그녀에게를 보고 영화 독후감

by 9급일벌 2021. 1. 18.

 

코마 상태 즉 식물인간 상태인 여자와 평범치 않은 사랑을 하는 두 남자의 이야기. 현실 속에 존재할 것 같은 소재이지만 코마 상태인 이성과 사랑을 나눈다는 것은 나와 우리나라의 사회 통념에 있어서 상당히 파격적인 소재라고 할 수 있다. 영화 그녀에게는 이러한 우리의 사회통념과는 다른 관념을 가지고 있는 스페인에서 제작한 영화이기에 나에게 새로운 상상과 사건에 대한 의식을 가질 수 있게 해주었다. 영화 첫 장면만 봤을 때 남자 주인공들이 극예술을 감상하는 장면이라 어려운 예술 영화가 아닌가 생각했지만 영화의 내용 흐름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으며 작가의 의도도 의연중에 명확하게 제시되어 있어 교수님이 보여주신 여느 영화보다 재미있게 몰두 할 수 있었다.

 

위의 서론에서 밝혔듯이 영화 그녀에게는 코마상태인 여자 곁에 머물면서 그녀를 정성스레 간호하며 희생하는 베그니노와 마르코의 사랑을 보여준다. 베니그노는 짝사랑 하고 있던 알리샤가 코마상태가 된 후 그녀와 마치 소통을 하듯이 극진히 간호를 한다. 알리샤를 향한 베그니노의 사랑은 너무나 헌신적이고 순수하며 그녀와의 완전한 소통을 추구하며 그녀의 삶 자체를 공유하려는 집착적인 사랑으로까지 발전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베그니노의 순수하고도 집착적인 사랑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는 코마 상태에 빠진 엘리샤에게 대화를 걸며 그녀와 소통한다고 생각하여 즐거워하고 있지만 알리샤가 큰 사고를 당하기 전엔 단순히 그녀를 훔쳐보고 소유하고자 하는 광기적인 훔쳐보기식 사랑을 하고 있었을 뿐이다. 또한 사춘기 시절 남들과 달리 정신적 외상을 입은 베그니노는 성에 대한 관념의 장애를 극복하지 못하고 코마상태인 알리샤를 강간하고 만다.

 

순수하고 헌신적인 사랑을 한 베그니노는 섹스도 자신이 본 무성영화를 알리샤에게 전달해주려 하는 대화의 의미를 지녔고 그녀와의 소통으로 생각하여 범죄로 인식하지 못한다. 이는 강간으로 인해 형을 집행받던 중 베그니노가 알리샤와 소통할 수 없음에 절망하여 죽음에 까지 이르는 그의 순수한 모습에서 그의 의도가 결코 나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나는 현대의 시장논리로 인해 서로의 이익을 위해 살아가는 시대에 사랑 또한 이기적으로 변질해 가는 현실에서 보기 드문 베그니노의 순박한 사랑이 아름다웠고 공감 하는 부분 또한 컸었다. 그래서 베그니노의 헌신적 사랑이 긍정적인 결과물을 가지길 바랬지만 감독의 선택은 베그니노의 죽음이었다. 그녀에게 끊임없이 대화해주고 소통해주려고 했던 베그니노는 알리샤가 코마상태에서 깨어났던 것도 모르고 알리샤 또한 깨어나고도 그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한다. 이는 더욱 비극적으로 베그니노의 사랑을 조명해 주지만 이 설정은 왠지 나에겐 마지막 남은 현대인의 짝사랑에 대한 추억을 산산히 깨버리는 것처럼 잔인했다. 누구나 어린 시절 짝사랑의 아련한 감정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짝사랑은 아름답고 헌신적인 사랑이지만 현실에선 말 못하고 극히 부정적으로 보자면 관음적인 사랑일 뿐이라는 것을 느낄 정도로 베그니노의 죽음은 짝사랑의 절망적이고 비극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크게 아쉬웠다.

 

또다른 이야기는 잡지기자인 마르코와 여성 투우사 리디아의 사랑 이야기인데 두 사람은 옛 사랑에 대한 아픔을 간직하고 있지만 서로의 사랑으로 그것을 극복해 가는 도중 리디아가 투우 경기 중 사고를 당해 코마 상태에 빠지게 된다. 마르코도 물론 리디아를 간호하기 시작하지만 그는 베그니노와 달리 코마상태에 빠진 리디아와 아무런 소통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이를 아쉬워한다. 나는 이 부분에서 마르코가 정상적이고 평범한 현대인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 모두 코마상태에 빠진 사람과는 어떠한 결과물을 얻을 소통을 하지 못한다. 마르코의 사랑만 보더라도 베그니노의 헌신적 사랑에 더욱 집중할 수 있고 또한 더 큰 비극적 요소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위의 두 남자는 코마상태에 빠진 여인들과 불완전한 사랑을 하지만 코마상태에 빠진 이성을 대하는 태도는 사뭇 다르다. 두 남자 모두 그녀들을 정말 사랑했고 그녀들에게 해 줄 말이 많았지만 아마 마르코는 현실에 사는 정상적인 사람이라 코마상태의 리디아를 극복하지 못했을 것이다. 현대인이 구분한 범주에 한해서 조금 덜떨어진 베니그노가 코마상태에 빠진 여인을 향해 했던 순수한 사랑이 비록 강간이라는 범죄를 저질렀지만 마르코의 사랑보다 더욱 순수하고 애잔한 짝사랑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것에서 팍팍한 현실에 회의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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