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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포트

우리가 커 가는 곳, 즐거운 나의 집 독후감 공지영작가

by 대왕잉어르 2021. 1. 19.

우리가 커 가는 곳, 즐거운 나의 집

 

즐거운 나의 집은 이 시대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 중 한 명인 공지영의 자전적 소설이다. 문단에서 작가 공지영이란 인물은 그 어떤 여성작가보다도 세련된 여성문인으로써의 이미지를 확고히 하고 있지만 한 인간으로서의 공지영이란 인물은 여성문인으로써 가지는 세련된 이미지가 아니다. 작품 내에서 위녕의 엄마로 등장하는 작가는 세 번의 결혼과 세 번의 이혼을 겪은 남들과는 다른 인생을 살아 온 사람이다. 이러한 개인사들이 그녀의 콤플렉스라고 스스로 말하는 작가가 이 작품을 쓰게 된 계기는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가족의 의미를 나타내는 수필을 작가의 가족사를 통해 써달라는 요청을 받고 나서였다고 말한다. 공지영의 작품은 앞서 말한 것처럼 정말 잘 팔리는 작품이다. 출판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공지영 효과라는 말까지 생겼다. 나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를 통해 공지영의 작품을 접했다. 고작 두 작품만을 읽었을 뿐이지만 그녀의 작품이 가지는 가장 큰 무기는 풍부한 감성과 쉽게 읽힌다는 점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장점이 곧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나에게는 긍정적으로 다가왔다. 이것이즐거운 나의 집을 읽게 된 이유다.

 

이 작품의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곧 고등학교 3학년이 되는 위녕은 재혼한 아빠와 살다가 엄마와 살기위해 B시로 전학을 결심하게 된다. B시에서 살고 있는 위녕의 엄마는 각각 세 번의 결혼과 세 번의 이혼을 하고 성()이 다른 세 아이를 키우는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나이차가 많이 나고 어리지만 의젓한 둘째 둥빈과 장난꾸러기인 막내 제제, 엄마라기보다는 때로는 친구 같은 엄마와 위녕. 네 식구의 생활은 삐걱대기도 하지만 조금씩 각자의 자리를 찾아가고 점차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게 된다. 이런 생활 속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인물인 위녕은 엄마와 아빠, 새엄마와 동생들 틈에서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하고 자신의 상처를 들여다 볼 줄 아는 어른이 되어간다.

 

이 작품은 작가의 가족사를 기반으로 쓰인 자전적소설이기도 하지만 주인공들의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성장은 화자인 위녕에게만 국한 된 것이 아니라 이 글의 작가 자신인 위녕의 엄마, 그리고 아버지의 죽음을 겪게 되는 둥빈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다. 세 아이의 엄마인 위녕의 엄마는 세 번의 결혼, 세 번의 이혼, 그리고 다시 찾아온 사랑과 자식들의 성장에서 오는 변화들을 겪으며 그저 낙관적이고 나이답지 않게 천진난만 했던 모습에서 조금씩 삶의 무게를 느끼게 된다. 이러한 모습은 아버지를 잃은 둥빈이 사춘기를 겪으며 엄마에게 반항을 하는 장면에서 잘 드러난다.

둥빈의 반항에 엄마는 이제야 자신에게 위녕의 외할머니가 했던 말들의 의미를 깨닿고, 점차 한 사람의 어머니가 되어간다. 둥빈의 성장은 초등학생시절에도 조용하고 의젓하기만 하던 둥빈이 아버지의 죽음 이후 사춘기를 맞으며 그 동안 한번도 하지 않았던 거친 말을 하며 자의가 아닌 타의로 남들의 관심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자신의 고민을 표출한다. 위녕의 성장은 이 작품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는 장면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다. 위녕은 어린 시절 재혼한 아빠, 새엄마와 동생과 함께 살면서 받았던 상처들에 대해 자신의 아빠가 가장 싫어하는 방식인 엄마의 방식, 즉 성질을 있는 대로 부리는 방법으로 복수를 하기로 결심하고 아빠와 그 가족들이 살고 있는 E시로 간다. E시로 가는 중에도 위녕은 자신이 하려는 일이 과연 옳은 것인지 고민하지만 결국 이를 실행해 옮긴다. 하지만 이런 행동을 통해 그토록 미워했던 새엄마와 아빠의 가족들에 대해 오히려 조금은 이해를 하게 된다. 작품의 표현을 빌리자면 동등한 한 결점투성이 인간을 바라보는 그런 여유가 자신의 안에서 조금씩 싹트는 것을 느끼며 위녕은 어른이 되어간다.

 

이혼이라는 소재와 새로운 형태의 가족은 과거와는 다른 사회가치관 속에서 표면적으로는 과거와 같은 대우 받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직은 이 작품에서도 둥빈이 반항을 하게 되는 이유, 위녕의 엄마가 시골집에서 낯선 여성에게 당한 굴욕 등의 모습으로 등장하듯이 그 당사자들에게 콤플렉스가 되는 일이고, 환영받지 못하는 일임은 분명하다. 작가는 이 작품을 쓰면서 새로운 가족의 의미에 대해서 쓰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이 작품에는 새로운 가족에 대한 어떤 해답 또는 표준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찾아 볼 수 없다. 그저 작가 자신이 겪었던 일을 바탕으로 재구성해 놓은 이야기를 하고 있을 뿐이다. 처음부터 작가는 그런 대안적인 것을 제시하는 바를 생각하고 이 작품을 써 내려간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작가는 단지 자신의 인터뷰에서도 말한 것처럼 자신은 아직 용기를 내야한다고, 그리고 나는 성()이 다른 세 아이와 너무나 행복하다고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나와 내 아이들은 너무나 잘 커가고 있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라고 수줍게 웃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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